세 가지 재앙과 세 해, 삼재를 깊이 보다
삼재가 왜 세 가지 재앙인지, 들삼재·눌삼재·날삼재 세 해가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세 해를 어떻게 지내는지. 삼재를 한 해씩 들여다본다.
앞 편에서 삼재가 무엇이며 누가 언제 드는지를 짚었다. 이번엔 그 안으로 들어간다. 삼재가 왜 삼재인지, 그리고 세 해가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먼저 이름부터. 삼재(三災)는 셋 삼(三)에 재앙 재(災), 곧 세 가지 재앙이라는 뜻이다. 그 셋을 흔히 두 갈래로 푼다. 하나는 물·불·바람의 재앙, 곧 수재(水災)·화재(火災)·풍재(風災)다. 큰물과 큰불과 큰바람처럼 사람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자연의 풍파다. 다른 하나는 좀 더 사람의 일에 가깝게, 다툼과 난리(병난)·질병(질역)·굶주림(기근)의 셋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한 사람이 홀로 막아 내기 어려운 큰 풍파를 셋으로 갈무리해 부른 이름이다.
삼재가 무거운 이름인 까닭은 한 해로 끝나지 않고 세 해에 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삼재라도 세 해가 똑같지 않다. 들고, 머물고, 나가는 세 박자가 저마다 결이 다르다.
들삼재는 삼재가 처음 들어오는 해다. 잔잔히 흘러오던 흐름에 새 기운이 들이닥치는 때라, 어딘가 어수선하고 예상 못 한 일이 불쑥 생기기 쉽다. 변화가 문을 두드리는 첫해다.
눌삼재는 가운데 해다. 들어온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고 한복판에 눌러앉아 머문다. 세 해 가운데 가장 무겁게 보는 것이 이 해다. 변화가 자리를 잡아, 부딪침이든 정체든 가장 크게 느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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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삼재는 마지막 해다. 머물던 기운이 비로소 빠져나가는 해다. 들어왔던 것이 물러가며 마무리되는 때라, 새로 벌이기보다 추스르고 매듭짓기 좋은 자리다.
그래서 삼재를 지내는 옛 지혜는 단순하다. 큰일을 새로 벌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사나 창업, 결혼처럼 판을 새로 짜는 일은 한 박자 미루고, 대신 가진 것을 지키고 단단히 하라는 것. 새로 벌이기보다 추스르기. 특히 기운이 눌러앉은 눌삼재에 더 그렇게 본다. (곁가지로, 삼재가 겹쳐 드는 경우를 복삼재라 하여 더 조심스레 보는 말도 있다.)
다만 세 해를 통째로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세 가지 재앙이라는 말도, 삶에 으레 찾아오는 큰 풍파를 옛사람이 셋으로 묶어 부른 이름일 뿐, 누구에게나 꼭 재앙이 닥친다는 점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삼재의 마지막 글자가 '날(나간다)'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들어올 땐 어수선하고 머물 땐 무거워도, 삼재는 끝내 나간다. 머무는 액운이 아니라 지나가는 구간이라는 것. 그 사실 하나가 그 자체로 위안이다.
이렇게 띠 하나에 길하고 흉한 기운이 깃든다는 생각, 그것이 곧 신살(神殺)의 문법이다. 도화살, 역마살, 천을귀인 같은 별들이 모두 그렇게 사람의 자리에 길흉을 새긴다. 삼재는 그 신살로 들어가는 첫 문이다. 띠로 시작한 긴 이야기가 여기서 신살로 넘어간다. 가장 친숙한 한 글자에서 출발해 입춘과 동지를 지나고 열두 동물을 한 바퀴 돌아, 이제 그 눈이 별 하나하나로 더 깊이 들어간다. 삼재라는 신호등 앞에서 한 박자 늦추었으니, 그다음 자리는 천천히 다음 이야기에서 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