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의 초입, 소서(小暑)
작은 더위가 시작되는 자리. 월지가 오월에서 미월로 넘어가는 절이다. 장마가 겹치는 시기이자, 본격적인 것 앞에 놓인 예고 구간에 관한 이야기.
한눈에
- 언제 · 양력 7월 6~7일 무렵.
- 소서란 · 작을 소(小), 더울 서(暑). 더위가 시작되는 자리.
- 절이다 · 월지가 바뀐다. 여기서부터 오월(午月)이 아니라 미월(未月)이다.
- 여름의 끝자락 · 미(未)는 여름의 마지막 자리. 가을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 장마와 겹침 · 한국에서는 이 무렵에 비가 길게 온다. 더위에 습기가 얹힌다.
- 읽는 법 · 작은 것이 먼저 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소서(小暑)는 작은 더위다. 이름부터 아직 본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절기 이름에는 이렇게 큰 것과 작은 것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몇 있다. 소서와 대서, 소설과 대설, 소한과 대한. 언제나 작은 것이 먼저 온다.
여름의 마지막 구간
소서는 절(節)이다. 월지가 오월(午月)에서 미월(未月)로 넘어간다.
미(未)는 여름의 마지막 자리다. 봄의 끝에 진(辰)이 있었듯, 여름의 끝에는 미가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이제 막 더워지기 시작했는데 벌써 여름의 끝자락이라니. 그러나 앞 편에서 본 대로 정점과 실감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해의 흐름으로 보면 여름은 이미 하지에서 꺾였다. 더위는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이다.
습기가 얹히는 계절
한국에서 이 시기는 장마와 겹친다.
더위만 있는 것과 더위에 습기가 얹힌 것은 전혀 다른 계절이다. 마른 더위는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 만하다. 젖은 더위는 그늘에서도 안 가신다. 밤에도 식지 않고, 빨래도 안 마르고, 몸이 계속 무겁다.
옛 기록에서 이 시기를 유난히 힘들게 적은 것도 그래서다. 일하기 어렵고, 음식이 상하고, 병이 돌기 쉬웠다.
농사로 보면 이 무렵은 손이 비는 구간이다. 망종에 모를 심었으니 이제는 자라기를 기다린다. 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는 일이 남지만, 새로 벌일 일은 없다. 바쁜 시기가 아니라 견디는 시기다.
작은 것이 먼저 오는 이유
소서와 대서를 나눈 방식을 보면 옛사람의 감각이 보인다.
더위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았다. 시작하는 더위와 절정의 더위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그리고 작은 쪽을 먼저 두었다.
이것은 관찰이면서 동시에 배려다. 다가오는 것이 한 번에 오지 않고 단계를 밟는다는 사실을 이름으로 표시해 두면, 그 앞에서 준비할 수 있다. 지금이 소서라면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 뜻이고, 그러면 지금 견딜 만하다고 방심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이미 대서라면 이 이상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점을 알면 남은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예고편이 있다는 것
무엇이든 한 번에 닥치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조금씩 오는 것이 실은 다행이다.
살면서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우리는 대개 그것이 갑자기 왔다고 느낀다. 그런데 돌아보면 대체로 조짐이 먼저 있었다. 작은 신호가 몇 번 지나갔고, 그때는 그냥 넘겼다. 그러다 본편이 왔다.
조짐을 알아채는 일이 늘 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계절처럼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들도 있다. 여름이 오면 더워지고, 더위는 소서를 지나 대서로 간다. 이런 것은 알아채는 문제가 아니라 알고 있는 문제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준비할 수 있다. 더위가 올 것을 알면 그늘을 만들어 두고 물을 준비해 둔다. 소서가 하는 말이 있다면 그 정도다. 아직은 작다, 그러나 온다.
예고편이 있다는 것은 본편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것은 대개 단계를 밟아 온다. 그 단계가 준비할 시간이다. 내 사주의 월지는 어느 계절에 놓였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대서 — 가장 더운 자리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