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는 자리, 소설(小雪)
작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자리. 해월의 중기이며, 눈이 덮는 것이 곧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 감추는 일과 보호하는 일이 같은 동작인 계절.
한눈에
- 언제 · 양력 11월 22~23일 무렵.
- 소설이란 · 작을 소(小), 눈 설(雪).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자리.
- 중기의 자리 · 해월(亥月)의 한복판. 월지는 바뀌지 않는다.
- 작은 눈 · 소설과 대설이 짝을 이룬다. 언제나 작은 것이 먼저 온다.
- 눈 이불 · 눈이 덮인 땅은 오히려 덜 언다. 보리가 그 아래에서 겨울을 난다.
- 읽는 법 · 덮는 일과 지키는 일이 같은 동작일 때가 있다.
소설(小雪)은 작은 눈이다. 첫눈이 오기 시작하는 무렵.
소서와 대서가 그랬듯 여기서도 작은 것이 먼저 온다. 소설 다음에 대설이 있다. 절기는 늘 강도를 나눠 순서대로 배치한다.
눈이 온다는 것
첫눈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농사의 감각으로 보면 반가움의 이유가 조금 다르다.
눈이 덮인 땅은 오히려 덜 언다.
눈은 공기를 많이 품고 있어서 단열재 역할을 한다. 눈 아래의 땅은 바깥 기온이 아무리 떨어져도 0도 근처를 유지한다. 반대로 눈 없이 맨땅으로 겨울을 나면 땅속 깊이까지 얼어붙는다.
가을에 심은 보리가 겨울을 나는 방식이 이것이다. 눈 아래에서 얼지 않은 채로 봄을 기다린다. 그래서 옛사람은 눈을 이불이라 불렀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덮는 것이 지키는 것
덮는다는 동작에는 보통 부정적인 뉘앙스가 붙는다. 감춘다, 가린다, 안 보이게 한다.
그런데 눈이 하는 일을 보면 덮는 것과 지키는 것이 같은 동작이다. 보이지 않게 만드는 그 행위가 동시에 보호한다.
겨울이 하는 일이 대체로 이렇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들판은 하얗고 나무는 헐벗었고 움직이는 것이 안 보인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 보리가 살아 있고 뿌리가 물을 머금고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것과 실제로 없는 것은 다르다.
안 보이게 두어도 되는 것
사람의 일에도 이 감각이 쓰인다.
무언가를 계속 드러내야 살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다. 진척을 보여 줘야 하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고, 뭐라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드러내는 동안 자라지 않는다. 자꾸 꺼내 보면 뿌리가 상한다.
겨울에 밭을 파헤쳐 보리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 확인하는 순간 얼어 죽기 때문이다. 덮어 둔 채로 봄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무언가를 오래 준비하고 있다면, 그 기간에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금은 덮어 두는 구간일 수 있다.
첫눈의 성질
다만 소설의 눈은 아직 작은 눈이다. 쌓이지 않고 금방 녹는다. 이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것도 절기의 방식이다. 무엇이든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첫눈이 오고, 몇 번 더 오고, 대설에 가서야 쌓인다. 준비할 시간이 늘 조금 주어진다.
첫눈을 보고 겨울 준비를 시작하면 대체로 늦지 않다. 반대로 첫눈이 왔는데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대설에 곤란해진다.
이 시리즈에서 여러 번 나온 이야기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오는 것에는 예고가 있고, 예고는 준비하라고 있는 것이다.
덮는 일과 지키는 일이 같은 동작일 때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것과 실제로 없는 것은 다르다. 내 사주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대설 — 눈이 쌓이는 자리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