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서는 자리, 입동(立冬)
겨울이 서는 자리. 월지가 술월에서 해월로 넘어가는 절이며, 네 개의 문 가운데 마지막이다. 밖으로 나가던 것이 안으로 들어가고, 쌓아 두는 일이 시작되는 시기.
한눈에
- 언제 · 양력 11월 7~8일 무렵.
- 입동이란 · 겨울이 선다(立冬). 겨울의 문이 열리는 자리.
- 절이다 · 월지가 바뀐다. 여기서부터 술월(戌月)이 아니라 해월(亥月)이다.
- 사립의 마지막 · 입춘·입하·입추·입동 가운데 네 번째이자 마지막 문.
- 김장 · 이 무렵의 대표적인 일. 겨울을 나기 위해 미리 갈무리해 두는 작업이다.
- 읽는 법 · 겨울의 일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간수하는 것이다.
입동(立冬)은 겨울이 선다는 뜻이다. 네 개의 문 가운데 마지막이다.
입춘에서 시작해 입하와 입추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 한 해가 네 번 방향을 틀었고, 이번이 그 마지막 전환이다.
여기서도 아직 겨울이 아니다
입동 무렵은 아직 겨울이 아니다. 단풍이 남아 있고 낮에는 햇볕이 따갑다. 첫눈은 아직 멀었다.
사립의 규칙이 여기서도 그대로 지켜진다. 문은 늘 계절보다 먼저 세워진다.
이제 네 번을 다 봤으니 이 규칙은 확실하다. 절기는 실감이 아니라 방향을 읽고, 방향은 늘 먼저 바뀐다. 실감은 한 달쯤 뒤에 따라온다. 입추 뒤에 처서가 왔듯, 입동 뒤에 소설이 온다.
안으로 들어간다
입동이 들면 월지가 해월(亥月)이 된다. 가을의 끝자락 술(戌)을 지나 겨울의 첫 자리로 들어선다.
계절의 성격을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된다.
봄은 없던 것을 만든다. 여름은 그것을 키운다. 가을은 여문 것을 거둔다. 그리고 겨울은 거둔 것을 간수한다.
앞의 셋은 밖에서 하는 일이고 겨울만 안에서 하는 일이다. 밖으로 뻗던 힘이 안으로 돌아선다.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뿌리로 힘을 내린다. 동물은 굴로 들어간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닫고 아궁이에 불을 때고 안에서 지냈다.
김장이라는 일
입동 무렵의 대표적인 일이 김장이다.
김장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거둔 것을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배추는 그냥 두면 며칠 만에 상한다. 절이고 버무려 묻어 두면 몇 달을 간다.
생산이 아니라 보존이다. 그런데 이 일을 안 하면 겨울에 먹을 것이 없다. 가을에 아무리 많이 거뒀어도 간수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겨울이 하는 일이 대체로 이런 성격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늘지 않는다. 있던 것을 지키는 일이라 잘해도 본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안 하면 봄에 시작할 밑천이 없다.
쌓아 두는 일도 일이다
이 감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성과로 계산되는 일에 익숙하다. 만들고 늘리고 넓히는 일에는 이름이 붙고 셈이 된다. 반면 유지하고 정리하고 간수하는 일은 잘 세어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안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해가 네 계절로 되어 있다는 것은, 벌이는 일과 지키는 일이 둘 다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속 벌이기만 하면 봄과 여름만 있는 셈인데, 그런 한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이 무언가를 크게 벌일 시기가 아니라면, 그것이 반드시 정체는 아니다. 간수하는 계절일 수 있다.
겨울이 길다는 것
물론 겨울은 길다. 입동부터 입춘까지 석 달이다. 그 사이에 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 다섯 개의 눈금이 놓여 있다.
이 시리즈도 여기서부터 마지막 구간에 들어간다. 남은 다섯 편은 어두워지고 추워지다가 다시 돌아서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쌓아 두는 일도 일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 뿐이다.
벌이는 계절과 지키는 계절이 둘 다 한 해 안에 있다. 내 사주의 월지는 어느 계절에 놓였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소설 — 첫눈이 오는 자리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