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낼수록 땅이 비어간다, 금다토허(金多土虛)
흙이 금을 품어 내주지만 캐내는 일이 지나치면 땅 자체가 비어 무너진다. 계속 꺼내 쓰다 기반이 얇아지는 구조를 읽는다.
흙은 금을 품어 길러 낸다. 땅속 깊은 곳에서 쇠붙이가 오래 여물고, 때가 되면 땅은 그것을 밖으로 내준다. 광맥이 든 산이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도 이 내줌 덕이다. 그러나 많다는 말은 늘 견준 말이라, 이따금 한 줌씩 캐낸다면 땅은 넉넉히 견디겠지만, 파고 또 파 쉼 없이 캐내면 정작 땅 자체가 얇아져 끝내 무너진다. 산이 사람을 먹이는 것도, 그 산이 견딜 만큼만 내줄 때의 이야기다.
내주는 일이 거듭되면 내주는 자리 자체가 비어 간다. 이를 금다토허(金多土虛), 금이 많아 흙이 허해진다고 한다. 다만 원전은 흙이 약해진다는 뜻의 금다토약(金多土弱), 혹은 흙이 변한다는 금다토변(金多土變)으로 적었고, 국내에서는 빌 허 자로 통용된다. 앞의 넷째 편 토다금매(土多金埋)와는 자리가 뒤집혀 있다. 그때는 흙이 너무 두터워 금이 묻혔으니 어미가 많아 자식이 갇힌 것이라면, 여기서는 금이 너무 많이 나가 흙이 비니 자식이 많아 어미가 여위는 것이다. 내가 내준 것이 도리어 나를 허물어뜨리는 이 자리 또한 설기태과(洩氣太過)다.
이 자리의 어려움은 잘 내주었기 때문에 생긴다. 품은 것을 아낌없이 꺼내 준 것이 그대로 화가 된 셈이다. 잘한 일이 원인이니 멈출 명분을 찾기가 가장 어렵다. 더 내주는 것이 언제나 미덕처럼 보이는 동안, 딛고 선 땅이 소리 없이 얇아진다. 칭찬이 쌓이는 동안 정작 발밑이 꺼져 가는 셈이다.
그래서 이 구조는 끝에 가서 기반이 흔들린다. 광맥이 없어서가 아니라 캐다가 굴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내주는 일에도 총량이 있는데, 그 총량을 헤아리지 않고 계속 퍼내면 퍼내는 자리 자체가 남지 않는다. 무너진 뒤에는 캘 광맥이 있어도 캐 들어갈 발판이 없다. 이 자리에서 가장 늦게 드러나는 것이, 정작 가장 중요한 제 기반이다.
명리는 두 손길을 든다. 하나는 불(火)을 두어 지나친 캐냄을 다스리는 것이다. 불이 쇠를 녹여 그 기세를 누르면 무작정 꺼내려는 손이 잦아든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번 틈에 땅을 다시 다지는 것이니, 불이 다스린 쇠는 재가 되어 도로 흙을 북돋운다. 캐기를 멈추고 채우는 기간은 낭비가 아니라, 다음에 다시 캐기 위한 다지기다. 비운 만큼 파낸 것이 아니라, 다진 만큼 다시 파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가진 것을 잘 꺼내 주다 정작 제 기반이 얇아지는 자리가 있다. 재주도 시간도 자꾸 퍼주다 보면, 곁의 사람은 다 채워졌는데 퍼준 쪽만 텅 빈다. 인색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 스스로도 말리기 어렵고, 잘한 일처럼 보이니 아무도 말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비어 감은 늘 뒤늦게야 드러난다. 그럴 때는 잠시 꺼내는 손을 멈추고 제 바닥부터 다져야 한다. 땅이 남아야 다음에도 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