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거세면 둑이 무너진다, 수다토류(水多土流)
흙이 물을 가둔다지만 물살이 거세면 둑은 가두기는커녕 쓸려 내려간다. 막으려는 쪽이 도리어 휩쓸리는 구조를 읽는다.
흙은 물을 가둔다. 둑을 쌓고 논두렁을 지어 물을 붙잡아 두니, 흐르는 물을 다스리는 것은 흙의 몫이다. 그래서 흙이 물을 이긴다고 여긴다. 그러나 강약은 절대량이 아니라 늘 상대에 견준 말이다. 잔잔한 개울이라면 얕은 둑으로도 가두겠지만, 둑 하나로 큰 강의 물살을 막아서면, 무너지는 것은 물이 아니라 둑이다. 잔물결은 흙이 다스리지만, 큰 강물은 도리어 흙을 실어 간다. 흙이 물을 가둔다는 말에도 '감당할 만할 때'라는 단서가 숨어 있는 것이다.
가둠은 그릇의 크기에 달렸다. 막으려는 쪽이 약하고 흐르는 쪽이 거세면, 막음은 저수가 아니라 휩쓸림이 된다. 이를 수다토류(水多土流), 물이 많아 흙이 쓸려 간다고 한다. 흙이 물을 이긴다는 오랜 이치가 도리어 뒤집히는 자리인데, 원전 표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스리려다 다스리는 쪽이 휩쓸리는 이 자리 또한 반극(反剋)이다. 강약이 뒤바뀌어 반대쪽이 무너지는 짝은, 이 시리즈 뒤편에서 따로 만난다.
그러니 무너진 둑은 흙이 약해서가 아니라 혼자여서 무너진 것이다. 물살이 사나울수록 둑은 한 겹으로 견딜 수 없다. 여러 겹으로 쌓고 여럿이 함께 막아야 비로소 큰 물도 잦아든다. 막지 못한 것은 힘의 모자람이 아니라 홀로 맞선 데 있다. 한 사람이 아무리 굳세어도, 큰 흐름 앞에서는 여럿이 아니면 이내 휩쓸린다. 무너진 자리를 두고 흙을 탓하기 쉽지만, 실은 혼자 세운 둑이었다는 데 답이 있다.
이 구조는 대개 혼자 다 막으려 든다. 감당 못 할 흐름을 제 한 몸으로 세우려다, 흐름을 막기는커녕 제가 먼저 떠내려간다. 흐름이 사나운 것도 맞지만, 그것을 홀로 감당하려 한 것이 더 큰 화다. 혼자 다 막겠다는 마음이 도리어 둑을 얇게 만든다. 여럿이 나누어 막으면 얇은 둑도 큰 물을 견딘다.
그래서 명리는 물을 더 세게 막으라 하지 않는다. 먼저 둑을 단단히 다지라 한다. 그 힘을 대주는 것이 불(火)이다. 불이 흙을 낳으니, 무른 흙을 볕과 열로 구워 여물게 하면, 같은 물살도 그 둑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막을 수 없으면 먼저 제가 단단해지는 것, 이것이 이 자리의 순서다. 억지로 흐름과 맞서기 전에, 맞설 수 있는 몸부터 세우는 일이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감당 못 할 흐름을 혼자 막으려다 제가 먼저 휩쓸리는 자리는 사람 사이에도 있다. 밀려드는 일과 요구를 홀로 다 막아서다 정작 자신이 떠내려간다. 흐름이 거세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혼자 세우려 해서다. 막겠다는 마음이 클수록, 정작 그 마음이 먼저 지쳐 쓸려 간다. 그럴 때는 더 버티기보다 먼저 제 바탕을 다지고 곁을 두어야 한다. 곁이 늘면 얇던 둑도 여러 겹이 된다. 단단해진 둑은 같은 물도 그때는 가둔다.